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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현실 모델, 이옥천 명창

큰형수님 2024. 10. 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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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리가 주인공이며 현재 인기리에 방송중인 tvN 드라마 '정년이' 속 '윤정년' 캐리터의 실제 모델 이옥천 명창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이옥천 명창의 일대기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년이' 현실 모델, 이옥천 명창 소리 바로듣기

 

 

 

tvN 드라마 '정년이' 등장인물 잠깐 살펴보기

 

 

 

'정년이' 현실 모델, 이옥천 명창의 매력인 남저음의 호방한 소리

 

 

이옥천 명창의 소리는 중하성이 매력적인 난저음입니다. 나지막하지만 우람하고도 넓은 이 소리는 그의 스승인 박녹주 명창의 성음과 거의 일치합니다. 평온하게 소리를 들고 나가다가 한 번 벼락을 쳐서 집중시키는 호방한 대목이 있으니, 목소리가 약한 사람은 당해낼 수 없습니다.

 

 

'정년이' 현실 모델, 이옥천 명창의 소리 내력

 

 

 


이옥천은 경북 경주가 고향이다. 아버지 이선이와 어머니 김순덕 사이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홉 살 되던 해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김향란 명창의 집으로 가면서 이옥천의 국악 인생이 시작된다. 김향란 명창은 대구권번 출신으로 송만갑·정정렬 선생에게서 판소리를 배운 이다. 이옥천은 포항에서 김향란 선생에게 6년 동안을 판소리와 춤을 배웠다.
포항여중을 졸업한 후, 이옥천은 서울 관훈동의 국악예술학교로 진학하면서 당대를 대표하는 스승들을 한꺼번에 만나게 된다. 박녹주·정권진·박초월·김소희·박헌봉이 그녀의 스승이다. 당시 국악예고는 민속음악 전승의 메카와 같은 곳이었다. 옥천은 국악예고에 진학해 박녹주 선생이 지도하는 ‘일반반’ 학생이 됐다. 그런데 박녹주 명창은 연로해 일주일에 한 시간만 입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 있었고, 주 5일 동안 이루어지는 전공 수업은 김소희 명창이 담당했다. 소리 욕심이 많았던 옥천은 김소희 명창의 전공반 수업에 몰래 들어가 청강했다. 옥천의 소리와 모습을 본 김소희 명창이 그를 앞자리로 불러내 어쩔 수 없이 맨 앞에서 ‘심청가’ 수업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소리공부를 하고 있는데, 교무실로 내려오라는 전갈이 왔다. 옥천이 교무실로 들어서자 박녹주 선생이, “너는 내가 가르치는 반에서 공부를 하지 않고, 전공반에는 왜 갔드냐?”라고 꾸짖었다. 소리를 좀 더 많이 배우고 싶어 갔다고 대답하자, 스승은 “네 생각이 그렇다면 오늘부터 우리 집으로 와서 소리를 배워라. 그리할래?”라고 제안을 했다. 그래서 옥천은 스승의 집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박녹주제 소리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얼마 후, 김소희 명창이 이 사연을 알고 옥천을 자신의 제자로 삼자 했지만, 옥천은 이미 박녹주 명창을 스승으로 맺었기 때문에 조심스레 사양했다. 김소희 선생은 그 무렵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명창이었으므로, 따르고 배우는 제자들이 많았다. 어린 옥천의 생각에 만정 김소희의 제자가 되는 것이 빠른 성공 길 같았지만, 한번 한 약속을 저버린다는 것은 스승을 배반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옥천은 박녹주 선생의 문하에서 12년 동안 동편제 소리를 배우고 익혔다. 정통 동편제 소리를 배우면서 성격도 소리처럼 시원시원해졌다. 스승은 가난하게 살면서도 항상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국악인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했는데, 옥천은 스승의 그러한 습관까지도 배웠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살면서 소리를 도제식으로 배우노라니 집주인은 물론이고, 동네 사람들에게 시끄럽다는 항의를 종종 받았다. 그래서 옥천은 한여름에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배운 내용을 학습하곤 했다. 스승에게 배운 단가로는 ‘진국명산’ ‘운담풍경’ ‘초한가’ ‘적벽부’ 등이었고, 그 후 ‘백발가’도 익혔다. ‘춘향가’와 ‘흥부가’를 완창으로 배우고,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도 토막소리로 익혔다.
박녹주 명창은 노년에 가난하게 살았으면서도 꿋꿋함과 절조를 지켜온 국악인이다. 그런 스승에게 옥천은 함께하는 식구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스승은 옥천의 질러내는 목을 잘 다듬어서 완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녹주제 ‘흥부가’는 ‘놀부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에서 끝난다. ‘놀부 박타령’은 여자가 부르기에 가사가 난잡해서, 예전부터 여류명창은 배우지도, 부르지도 않았다. 박녹주 선생이 남원에 가서 김정문 선생에게 ‘흥부가’를 배울 때 그 대목까지만 배웠기 때문에 그의 제자들도 모두 같은 대목에서 마친다. 아직 결말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박녹주제 ‘흥부가’와는 달리, 박봉술제 ‘흥부가’는 ‘놀부 박타령’까지 온전히 있어 완결된 느낌이 난다.
어느날 옥천이 ‘적벽가’의 한 대목을 연습으로 부르는데, 박녹주 명창이 가만히 듣더니, “나도 ‘적벽가’를 배워 무대에서 부르기도 했지만, 내가 배워 부른 것은 무대에서 잠시 따먹을 수 있는 토막소리였다. 너는 바탕소리를 배워야 하니 내일부터 박봉술 선생에게 ‘적벽가’를 배워라”라며, 이튿날부터 박봉술 명창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제자 옥천이 ‘적벽가’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옥천은 여러 해 동안 박봉술 명창에게서 ‘적벽가’와 ‘수궁가’까지 배워 익혔다. 박봉술 명창은 하성이 안정적이었지만 상청을 내는 것이 어려워 특별한 기교를 사용해 소리를 완성했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이 아주 정확하게 표현됐다.
박녹주 선생과 친하게 지내던 김여란 명창이 어느 날 옥천의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옥천이가 영락없이 언니를 꼭 빼닮았소!”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녹주 명창은, “그래? 나를 닮았다고?” 하며 안경 너머로 옥천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명고수 김명환 선생은, “옥천이가 누님(박녹주 선생)의 배우지 않아도 될 목구성까지 다 배웠다”라고 말했다. 박녹주 명창과 이옥천의 사이는 제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박녹주 선생은 특히 옥천을 편애했는데, 때문에 주위 선배들에게 시샘의 눈총도 많이 받았다. 옥천은 스승의 집으로 공부하러 들어가면서, 언제나 “선생님” 하고 크게 불렀다. 그런데 스승에게 그 “선생님” 하는 소리가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로 들렸다고 한다. 옥천이 공부에 늦는 날은 “종일 기다려진다”며, 하루라도 공부하러 가지 않으면, 박녹주 선생은 “나는 너를 자식으로 친구로 애인으로 생각는데, 너는 나를 흑싸리 껍질만도 못하게 생각하지”라고 서운해 하기도 했다. 그런 이옥천은 어느 해 큰 결심을 하고 스승의 문하를 떠나게 된다. 박녹주 명창에게는 큰 아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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